나의 이야기

섬7

songpo 2013. 4. 28. 21:47

섬 7

      -섬에 다리가 놓여진다더니

                                            김송포

섬에 다리가 놓여진다고 부동산업자가 땅을 사라고 부추긴다
바다 속에는 먹을거리가 많아 더블이란다
섬에 사는 사람은
굴, 조개, 미역은 바다의 꿀이지만 밀물이 들어 올 때
바구니는 공 친다

바다 가운데 김양식 한 다발 뿌려 놓고
가난을 이겨 보려 몸을 던졌지만
여덟 식구 입은 막을 길이 없다

외부인의 농간에 밭 몇 고랑 팔아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공사가 시작된다고
부자가 되어 팔자가 펴진다고
선전만 요란하더니
다리는 이어지지 않아 십수 년 기다려야 했다

몇 푼의 돈은 아이 학비로 쓰여지기 위해
땅을 팔아 넘기고 말았다

바다와 육지에 다리가 놓여지는 날,
마냥
떼부자가 될거라고 섬사람들은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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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8
      -아버지의 다리

아버지는 만주로 건너갔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부모와 아내를 두고 유유히 흘러 갔다
몇 년 흐른 뒤
돌아 온 집의
모퉁이에 해당화는 시들어 목을 늘어뜨리고 있다

어머니의
강물은 마른 젖줄같이 오그라들었고
태풍에 부딪친 지붕의 자리는 깨져 있었다

눈물이 흘러 조사리까지 밀려가다
바다를 만나 해후 하자던 약속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열 여덟 꽃다운 시간은 이미 저물어가고
잔주름만 가득하여
붉은 석양이라도 매달려
당신이 계신 만주로 건너 갈 수 있다면
===
섬 8
           -어머니 가신 뒤에

                                              김송포

어머니는 파킨슨씨병으로 칠 년 동안 어눌한 몸으로 땅을 디뎠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주사를 맞고
현란한 춤을 추듯
사시나무이파리같이 흔들며 떨었다

사막의 모래를 뒤로 하고 지친 걸음으로 먼 길 가셨다
 
외동딸 하나 남겨두고 가신
당신의 패혈증은 나의 살갗에 박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 낳아 목욕시킬 때 머리 어떻게 가누는지 모르고
부엌의 손놀림은 어설프고
호박에 꿀을 넣어 달여 마실 줄도 모른다
아기가 잠자는 사이 시장과 은행 볼 일 보며
오층까지 헉헉거리며 계단 오르다가
부어버린 발뒤꿈치의 통증은 오래도록 쑤셨다
 
아기 낳기 한 달 전,
너 혼자 아기 젖 물리고 살아 갈 수 있겠다
배 부른 딸의 모습만 보고
아버지곁으로 훌훌 가셨다
캄캄한 방에서 자장가부르듯
오래오래
어머니를 부르며 아이를 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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