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구멍
한성례
텅 빈 연못가에
여자가 엉덩이를 까고
쭈그리고 앉는다
쏴아 울리는 소리가 적막을 찢는다
한 줄기 피가
연꽃을 그리며
동심원으로 피어오른다
절집 종소리에
유방 속의 알이 깨져
연못은 하얀 포말로 가득하다
드러누운 마법의 그림 붓
보이지 않는 손길 빌려
캔버스 가득 투명한 혼돈을 그린다
종소리 하늘을 흔들고
돌 속에 들어앉은 새의 지저귐이
풍경에 구멍을 낸다
바람 속의 벌꿀이
시간에 옆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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