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풍경의 구멍 / 한성례

songpo 2016. 12. 22. 19:26

풍경의 구멍

 

한성례

 

텅 빈 연못가에

여자가 엉덩이를 까고

쭈그리고 앉는다

쏴아 울리는 소리가 적막을 찢는다

한 줄기 피가

연꽃을 그리며

동심원으로 피어오른다

절집 종소리에

유방 속의 알이 깨져

연못은 하얀 포말로 가득하다

드러누운 마법의 그림 붓

보이지 않는 손길 빌려

캔버스 가득 투명한 혼돈을 그린다

종소리 하늘을 흔들고

돌 속에 들어앉은 새의 지저귐이

풍경에 구멍을 낸다

바람 속의 벌꿀이

시간에 옆길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