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걸어서 모닝콜 / 강인한

songpo 2017. 4. 8. 14:28

 

걸어서 모닝콜

 

강인한

 

텐트의 가림막을 다 내렸다.

밤이 깊어가는데

하마들은 마라강에서 소리 지른다. 저 소릴 들으며

어떻게 잠을 이루나.

침대 속 따끈한 물통을 굴리다 이리저리

이리저리 새벽,

하마들이 또다시 끙끙거린다.

캄캄한 세 시 반.

강에서 하마들 누렇게 칭얼거리는 소리 돌돌 말아

당신이 내다보는 창밖 산딸나무 가장귀에 걸어주고 싶다,

는 우스운 생각을 궁글리다

풍덩 잠에 빠졌는데

내가 잠자는 천막 가까이 대고 굿모닝.

또 저편 우리 아이들 자는 천막에 대고 굿모닝.

페어몬트 마라 사파리클럽 직원이 직접 배달에 나선 듯

굿모닝 디스 이즈 모닝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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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는 한국 사람들도 자주 해외여행을 한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해외여행을 하며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를 노래하고 있다. 이때의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프리카 케냐 등에서 체험한 사파리 여행을 가리킨다. 사파리 여행을 하게 되면 때로 텐트 호텔에서 묵기도 한다.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텐트에서의 잠자리가 오죽하겠는가. 시인은 그와 관련하여 우선 “텐트의 가림막을 다 내렸다./ 밤이 깊어가는데/ 하마들은 마라강에서 소리 지른다. 저 소릴 들으며/ 어떻게 잠을 이루나”하고 노래한다. 마라강에서 “하마들 누렇게 칭얼거리는 소리”가 자꾸만 들려오는데, 어떻게 잠을 이룬다는 것인가. 하지만 걱정 중에도 시인은 “풍덩 잠에 빠져”든다. 그렇게 아침잠에 빠졌을 때 “사파리클럽 직원이” “천막 가까이 대고” “굿모닝 디스 이즈 모닝콜” 하고 모닝콜을 “직접 배달”한다. 원시적인 모닝콜이지만 여간 신선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낡고 시원적인 것이 오히려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이은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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