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실

사과의 멀미

songpo 2013. 4. 28. 22:07

사과의 멀미

날마다 담벼락 높은 집을 기웃거린 새가 있다
입을 오무리고 똥구멍을 들고 발톱으로 머리를 긁었다
뇌의 바퀴를 굴리며 헛발질 한다
유리를 자주 찍으면 살이 부서질까 
먹이라도 던져주면 창에 지직 해 놓고 간다
미끼를 던져 놓은 주머니,
낱알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얕은 심지로 불을 밝히려 정수리에 기름을 부었다
거짓이 솟아 나는가하면 다시 혼탁해진 우물,

가다 지친 길에 쉼표를 찍고
계단식 탑에 힘을 빼고 걸어 본다
문 밖에서 붓으로 그려진 집을 그윽하게 바라 본다
손을 내밀어 보고
벽에 머리를 박는 일이 허다한 날들,
곰팡이 핀 골방에서
무릎보다 더 낮게 엎드려 바닥을 갈았다
바람과 바람 사이 퍼덕거리며 가던 새는
누추한 집에 비가 새는 줄 모르고 들락거려
토사를 하고,
뱃 속을 텅 텅 비운다

'창작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그릇  (0) 2013.05.10
홍시  (0) 2013.04.28
빈집  (0) 2013.04.28
열쇠  (0) 2013.04.28
  (0) 201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