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라오라오 / 김송포

songpo 2019. 2. 27. 21:47

 

라오라오 / 김송포

 

 

라오라오 노래 부르는 아이

 

어릴 적 허리 구부려 문간을 드나들며 맡았던 냄새처럼

라오라오 스미네

 

얼굴이 까만 아이의 손에 몸을 맡기자니 미안한 마음에 눈을 감자

갸름한 부처의 모습이 너의 얼굴이구나

 

아기 젖을 물리며 물건을 파는 스무 살 안팎의 여인이나

야시장 귀퉁이 사내에게 1달러를 주자 손을 펼치며 화폐를 만지는 모습은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찾아가라는 것

 

새벽에 부처를 만날 것이다. 나를 만날 것이다

탁발을 돌고

동자승에게 밥 한 숟갈 얹어주는 것이 얼마나 대수일까

곧 그 얼굴이 나의 얼굴

 

나도 모르는 루앙프라방에서

너도 모르는 비엔티엔에서

마주치는 눈동자의 처연함에서

희미한 가난을 찾아가고 있었으니

 

골목 어딘가에서 라오라오라오스 부르며

줄을 서서 돌고 도는 밥그릇을 또 만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