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라오 / 김송포
라오라오 노래 부르는 아이
어릴 적 허리 구부려 문간을 드나들며 맡았던 냄새처럼
라오라오 스미네
얼굴이 까만 아이의 손에 몸을 맡기자니 미안한 마음에 눈을 감자
갸름한 부처의 모습이 너의 얼굴이구나
아기 젖을 물리며 물건을 파는 스무 살 안팎의 여인이나
야시장 귀퉁이 사내에게 1달러를 주자 손을 펼치며 화폐를 만지는 모습은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찾아가라는 것
새벽에 부처를 만날 것이다. 나를 만날 것이다
탁발을 돌고
동자승에게 밥 한 숟갈 얹어주는 것이 얼마나 대수일까
곧 그 얼굴이 나의 얼굴
나도 모르는 루앙프라방에서
너도 모르는 비엔티엔에서
마주치는 눈동자의 처연함에서
희미한 가난을 찾아가고 있었으니
골목 어딘가에서 라오라오라오스 부르며
줄을 서서 돌고 도는 밥그릇을 또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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