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손톱꽃/강은교

songpo 2019. 10. 27. 14:54



손톱꽃

 

   강은교

 

 

 

고모가 잡풀을 뽑네

곁에서 나도 잡풀을 뽑네

잡풀을 뽑다가 원추리 떡잎도 같이 뽑네

고모도 1센티쯤 자란 채송화를 뽑았다고 한숨을 쉬네

뽑힌 그것들을 다시 묻어주고

함께 기도하네

살려주십사, 살아주십사, 살려주십사, 살아주십사

한 기도는 내 기도이고

또 한 기도는 고모의 기도이네

 

고모가 잡풀을 뽑네

손톱보다도 작은 꽃이 핀 그것들

차마 뽑지 못하네

 

내가, 내가 잡풀을 뽑네

잡풀이 들고 있는

손톱만한 바람을 보고

차마 머리칼을 심장가로 쓸어버리지 못하네

 

잡풀아 잡풀아

하늘을 들고 있는 잡풀아

바람을 들고 있는 잡풀아

힘들면 내려놓으렴

숨들면 내려놓으렴

고모가 호미를 던져버리네

 

             고모여/ 고모여/ 당고마기 고모여

 

고모가 잡풀을 다시 심네

손톱보다도 작은 꽃이 핀 그것들

차마 뽑지 못하고

다시 심네

마당에 손톱꽃이 가득, 가득,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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