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통증과 사유 _김송포
플라스틱, 가벼워서 영원할 것이라던
김송포
플라스틱 드레스를 입고 계단으로 내려가 보자
드레스 끝자락에 딸랑이를 매달고 24시간의 커튼을 열고 우주로 들어가 보자
30분짜리 결혼식을 찍듯 가벼웠지만,
기억이 숨겨져 있는 우리를 발견할걸
사랑은 자유로이 자라는 식물처럼 변화를 줄 수 있는 모래로 만들어서 날개를 달지
날개가 있고 등받이 의자가 동그란 것은 내가 태어난 개구리알,
걸어온 길이 부서지지 않는 양탄자 같은 것이었나
비나 눈에 강한 배수 역할이었나
원통형의 플라스틱 의자 안으로 몸이 둥글게 말려 있다
아폴로 11호에 발을 내딛는 순간의 감동이 드레스를 입고 걸어가던 그 날과 비슷했을 것이다
아름다움도 함께하고 드레스를 생각하며 램프를 달았을 것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 의자를 포개었어
안락한 의자는 사랑을 완성하는 데 필요해
아름다운 언어도 같이 만들지
영원을 꿈꾸며 플라스틱 사랑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이젠 마스크를 벗어 보렴
판타스틱 드레스를 입어 보렴
플라스틱이 우리의 시간과 미래를 조율하고 있어
옷과 가방과 구두가 플라스틱이라면
가벼워서 영원할 것이라며
우리가 눈부시게 살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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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와 ㅣ의 초대
초성은 같았으나 중성에서 착오가 있었다
ㅗ와 ㅣ의 차이에 객석의 관중들은 웃음을 던졌다
피아노를 치는 남자의 마이크에서
모시고 싶지 않은 첼로 연주자를 소개합니다
연주자는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자리에서 심호흡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자는
ㅗ와 ㅣ의 중성에 귀를 기울이며
모시기 쉽지 않은 초대라는 말에 다행히 현을 켜기 시작했다
피아노는 첼로를 모시고 싶었고
첼로는 바이올린을 초대하고 웃었다
피아노와 첼로와 바이올린의 삼중주
ㅗ와 ㅣ의 초대가 감정의 벽을 횡단하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피아졸라는 움직이는 사람들의 유기체 중
사랑, 슬픔, 고통이라고 하지만
그중 망각은 가장 아름다운 현이라고 말했지
모시고 싶지 않은
모시기 쉽지 않은
초대
가 박수를 만들어낸 리베로 탱고의 칼날
-2020년 <시산맥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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