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을 뚫고 나온 철과 빛이 가까워진다면 / 김송포
물은 뮤지엄 안에서 꼿꼿하다
물 안에 철이 거주한다
이상하게 둘은 먼 듯 가까운 듯 유유히 스며들고 있다
쐐기의 화살과 환영이
현실과 경계를 모호하게 지워내며
완전한 영역이 물로 합쳐진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물과 철이 흐르는 대로 휘어지는 대로 따라간 것이다
그 사이사이
빛 한 줄기 가느다랗게 늑골에서 숨을 쉬고 있다
무덤 속에 핀 꽃 한 송이라고 하자
가시광선이라고 하자
빨간색은 빨간색을 반사하고
나머지는 당신이 모든 색을 흡수하는 것처럼 묻어가자
하양은 두근거림을 반사하고
검은색은 누군가를 흡수하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프리즘에 들어가 가까워지고 있다
물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베어도 베이지 않는
천형의 견고한 틀
호흡을 가다듬고 저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 위를
건너 가 보아도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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