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류성훈의 「틀니」 감상 / 장석남

songpo 2020. 9. 14. 16:19

류성훈의 틀니감상 / 장석남

 

 

틀니

 

류성훈(1981~ )

 

 

이건 어떻게 할까요
뼛가루 속에서 얼룩처럼
쇳조각이 오른다

버리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일렬로 선다 검댕이 묻지 않게
멀리서 고개만 끄덕이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던
남은 틀니들이
더운 국을 퍼 담고

목에 육수가 흐르고 넥타이를 벗고
깃에 풀을 먹이듯 점심을 먹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할까

웃을 타이밍 찾아
그을린 이승의 곰탕들이
저승의 곰탕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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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오랜 질문이요 영원한 미해결의 질문인 죽음! 가장 오랜 사업이요 끝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미래 사업인 죽음. 죽음 저편을 만화경으로 조작해 보여주며 심신 미약자들을 협박하고 유인해 돈을 뜯어내는, 심지어는 합법적이기조차 한 죽음 사업. 누구에게도 증명을 요구할 수 없으니 무자본 노다지 사업인 죽음 사업. 그 현상들에 대해서 새삼 되새김질하게 되는 시절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우습게도 '틀니''상속세와 증여세'의 계산법을 남깁니다. 그리고 '검댕이 묻지 않게/ 멀리서 고개만 끄덕이는' 무엇입니다. 환각의 죽음 저편 그림을 가리키며 노예를 자처하는 자들을 조롱하며 '웃을 타이밍'을 엿보는 '업자'들을 이 시는 통렬하게 드러냅니다. 지금 우리는 여럿의 역병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없는 질문을 하나 덧붙입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던, 아직 순진한 초급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장석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