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칠하기
개에게 페인트칠을 했다
꾀죄죄한 흰 털을
파랗게 칠했다
그랬더니 파란 개가 되었다
파랗게 되고부터
개의 행동양식이 바뀌었다
앞발로 자주 땅을 팠다
먼 개의 조상을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개와 인간 사이의
새로운 계약을 요구했다
여행 계획을 짜고
마르크스를 읽기 시작했다
개의 파란 꼬리는
로켓 추진 같다
조금 전에도 엄청난 속도로 내 앞을 달려 지나갔다
주위가 저리 분주하니 정작 해야 할 지붕 칠하기 작업은
당분간 미뤄둘 수밖에 없다
파란 개가 컹컹 짖는다
파랗게 짖는다
새롭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다
다음번엔 차분한 보랏빛 페인트를 준비해볼까
파란 털이 꾀죄죄해질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