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 /안녕, 모란이라는 이름 앞에

안녕, 모란이라는 이름 앞에

 

김송포

 

귀족이 되고 싶어요 레이스 달린 우리 옷을 입고 양산을 쓰고 고궁을 걷다가 모란이 될래요 모란은 아침에 안녕 만날 때 안녕 헤어질 때 안녕 환하게 노래를 해요 살아있을 때 안녕 죽을 때 안녕, 태어날 때 인사하던 어머니와 나누던 눈빛, 모란의 뿌리가 몸에 자라고 있어요 모란이 속삭이네요 별별별로 박힌 은하수에서 춤을 출까요 오로라로 날아오르는 중이에요 당신은 꽃이 이쁘다 하지만 나는 잎으로 자라거든요 우주에 있는 얼굴은 찬란하여 붉다고 하지만 당신을 받쳐준 잎을 펼쳐야 우아하거든요 설마 상여에 어머니를 태우고 점점이 사라지려는 거예요 그렇게 가시면 툭 울고 말 거예요 노을 중간 어디쯤 멈춰 얘기할까요 궁중복식 소매 끝자락에 걸려있다가 궁궐 한 귀퉁이 모란으로 다시 만날 우연을 찾아야 해요

 

어머니의 기원을 모은 부귀와

조선 왕실의 공주로 태어나

꿈꾸는 모래시계처럼 하얀 얼굴로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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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문학과 의식> 가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