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무심서
김송포
산마을 귀퉁이에 폭격이 날아들면 그런가 보다 했지
비행기가 주저앉으면 그런가 보다 했지
바닷물에 기름이 뜨면 누가 방뇨했나 했지
첨성대의 불빛이 구멍 사이로 비추면 그런가 보다 했지
둥근 원반의 접시가 몸에 침투하면 그런가 보다 했지
소년의 종이비행기가 일본에서 시골 안마당까지
날아와 숙제를 같이 풀자 했지
안전한 땅에서 위험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노래 부르며 방황해도 누가 나를 잡아가나 했지
원자력이란
주면 주는 대로 가져가면 가져가는 대로
무심히 지나치고 산다만
절대 안전하다고 밥 먹여주고 재워주고
뇌에 이상 없다고 진단을 내려주었지
달 밝은 밤에 비추는 호수는 안전하다 했지
경주의 다보탑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
필요불가침서약의 정의 교육을 받았지
무한대로 덜컹거리며 사는 당신은
새어 나온 틈에서 마시고 뱉어내는지 모른다
피가 되는지 뼈가 되는지 살이 되는지
하루하루 무심에 의지해 무심하게 건너는 무심서
=====2015. 시산맥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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