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알기 위한 노력 시를 알기 위한 노력 1 -가슴의 시는 시인의 보석과 같은 타고난 정서다. 세상살이의 때가 끼고 나면 맑은 서정을 생산해 내기 힘들다. 그리하여 시는 우리 삶의 중심으로 옮겨 오게 된다. -그것이 정신의 시다. 시인의 시력에 따라 하찮은 일에서 조차 삶의 기운을 찾아내고 그 기운으로 새.. 시 너머 시 2015.01.14
흰색과 분홍의 차이 /송재학 흰색과 분홍의 차이 송재학(1955~ ) 겨울 노루귀 안에 몇 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음을 아는지 흰색은 햇빛을 따라간 질서이지만 그 무채색마저 분홍과의 망설임에 속한다 분홍은 흰색을 벗어나려는 격렬함이다 노루귀는 흰 꽃잎에 무거운 추를 달았던 것, 분홍이 아니라도 무엇인가 노루귀.. 시 너머 시 2015.01.14
노자의 시창작 강의 /이진우 노자의 시창작 강의/이진우- 아름답다 말하는 시는 추하고 한목소리로 좋다는 시는 나쁘다 한눈에 읽히는 시는 믿을 수 없고 믿으라는 시는 두 번 읽히지 않는다 착하다고 시를 잘 쓰는 것이 아니고 시를 잘 쓴다고 착하지 않다 지혜롭다고 시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고 시를 많이 안다고 .. 시 너머 시 2015.01.11
겨울사랑 / 고정희 겨울사랑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 시 너머 시 2014.12.12
불청객 /민구 불청객 민구(1983~ ) 가로등 불빛이 작은방 창으로 들어온다 밥상을 타넘고 안방으로 걸어와서 어머니 가슴에 발을 올려놓는다 괘씸하지만 꽁꽁 언 발을 끄집어 낼 수도 없어 그대로 둔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도 잠을 깨시는 어머니 늘 걷어차던 이불을 웬일로 한 번 안 차고 주무신다 .. 시 너머 시 2014.12.10
태양은 뜨자마자 물든 노을이었다 / 박장호 태양은 뜨자마자 물든 노을이었다 —구강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동체 1 박장호 당신의 귀에 닿지 않는 내 마음이 입술은 내 마음이 물든 노을이에요 아침노을은 비를 부른다죠 나는 무거운 하늘 아래 우뚝 섰어요 내 목각의 다리가 흙에 묻혀 있네요 내려다보니 나는 나무인 거예요 .. 시 너머 시 2014.12.10
통증의 형식/김희업 김희업의 「통증의 형식」감상 / 황인숙 통증의 형식 김희업(1961∼) 생각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세상에 존재하듯 아프고 안 아프고의 차이는 아픈 차이 통증은 쪼그리고 앉아 오래오래 버티다가도 정들 만하면 어느 새 날아가는 바람둥이 새 순간을 제치.. 시 너머 시 2014.12.10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1952~ )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시 너머 시 2014.12.10
북극 거미 / 홍일표 북극 거미 홍일표 사과가 붉은 것은 햇볕의 농담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 손은 순록의 뿔이 된다 다 안다는 듯 아이가 물방울처럼 웃는다 전화번호를 지우고 주소를 지우고 마지막 저녁의 표정도 지운다 새롭게 얼굴을 내민 아침의 각도가 거미줄에 걸려 있다 거미줄에서 부서지던 햇살들.. 시 너머 시 2014.11.17
비정한 산책 /이병률 비정한 산책 /이병률 남산을 지날 때면 점(占)이 보고 싶어진다 왜 흘린 세월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진다 꼬리가 있었는지 뿌리를 가졌는지 남산에서는 오래전을 탈탈 털어 뒤집어쓰고 끊어진 혈을 여미고 싶다 이빨이 몇이었는지 불에 잘 탔는지 모가지는 하나였는지 화.. 시 너머 시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