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사냥 1
오늘 밤,
탄천의 허리 감으러 가지 않겠나
나뭇가지 사이로 치마폭 펼치듯 노란 불빛을 비쳐 오면
허리 휘어감아 돌고 돌아 물길 옆으로 가려 한다네
두리뭉실한 궁둥이와 잘록한 허리 기다란 실루엣을 입고
숲 속 아래로 아래로 손짓 하지 않던가
누구도 밟지 않은 길 누워 보지 않은 길
도둑괭이별꽃은 자꾸 자꾸 몸에 들러붙어 엉키고 싶어 한다네
휘황찬란한 어느 불빛이
뜨거운 님의 부푼 젖무덤만큼 풍만 하겠는가
보드라운 살결 몇 바퀴 감아 뒹굴고 있는 모습,
지나가던 달빛에게 들켰을지 몰라
탄천 사냥 2
나는 돌 위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방망이 두드리다 보면 순이는 아이 업고 영이는 빨랫감을 머리에 이고 온다 웅성거리는 다리위에서 새가 노래한다 하늘에서 본 무대의 조명은 달을 비추고 고깔 쓴 여인의 살풀이는 안개를 거두고 빨랫줄에 걸린 걸개의 신이 바람을 가른다 너는 여름 햇볕에 열망을 짜내고 있다 뜨거운 진물이 나올 때까지 아이 손 잡고 탄천으로 가자 둥둥 북소리 모란까지 들리거든 몸을 가지처럼 구부려 혼을 부르거든 종이로 어린시절 만들자 하거든 당신의 몸에서 나오는 울림을 우주와 함께 들으러 가자 가자 가자 탄천으로 점점이 박힌 돌의 소리 들으러 아이 데리고 물 밖으로 나가자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각 청자방 (0) | 2016.01.13 |
---|---|
사과의 멀미- 김송포 (0) | 2016.01.02 |
물이 서럽더라- 김송포 (0) | 2015.11.24 |
부탁해요 곡절 씨 - 김송포 (0) | 2015.11.22 |
풀등 같은 사랑-김송포 (0) | 2015.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