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 청자방
김송포
그녀가 내 주던 궁으로 들어가보자구요 아주 멀리 그 방을 떠나와서 살았더랬죠 나무의 둥치도 발로 차고 올려진 탑도 무너뜨리고 거울 속의 얼굴도 화장술로 가리고 다녔죠
그녀는 탯줄을 끊지않은 채 따라다니며 귀찮케하더군요 그럴수록 자꾸 산으로 달아났죠 돌부리에 넘어지기도 하고 눈밭에 빠지기도 하고 갯벌에 빠지기도 했죠
어느 날 머리에 악어가 자랐습니다 악어는 입을 벌리고 곳곳의 먹이를 찾아 배를 채웠습니다 다시는 뭍으로 갈 수 없다고 손을 저었죠
그녀는 육각의 청자방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물 500미리에 소금과 설탕을 삼대 일로 섞고 궁둥이부터 뒤로 밀고 들어가자 여자는 이마를 만지더니 오백 년 동안 길을 잃고 헤엄 쳐 온 구멍 사이로 독소가 흐르기 시작해요
혹을 떼어 가, 하얀 먼지도 털어 줘, 청자방에 가득찬 고양이 소리 안 들려요
수십 년 기다렸건만 이제야 찾아 온 너는 일 년 동안만 육각의 방에서 놀아라
한 평의 반듯한 청자방에서 헐떡이는 숨소리를 그녀는 마다하지않았지
만세! 나는 청자방을 또 떠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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