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냉성 두드러기
김송포
눈길에서 의식을 잃었다
너는 나에게 반란을 일으키더군
숨어 있던 화산이 기슭마다 붉어지고 몸 속으로 파고들었어
눈길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현관에서
쓰러지면 일어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다 들것에 실려 간 것을 보았니
우린 정녕 만나서는 안 되는 활화산인 걸,
뜨거운 산에서 차가운 골짜기로 넘어가는 순간 나에게 뺨을 후려쳤어
너와 내가 부딪쳐서 체온이 뜨거워지자 지나가던 눈발이 우리를 갈라놓으려했지
너의 입김이 몸을 녹이자 사방에 흩어져있던 독의 뿌리가 온 몸에 퍼져있어
가슴을 타고 배꼽을 지나 밑까지 가려운 돌기들은 떠나지 못하고 전신을 돌아다니더군
한냉성 바람을 지나 꽃이 피면
살 속으로 번지던 너의 불길이 가라앉을까
겨울이면 대들던 악다구니들이 언제 그랬냐는듯 스스로 알아듣고 물러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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