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헌정
김송포
히말라야 칸첸중가 팔천 미터 고지를 간다
죽은 대원 찾으러 간다
폭설이 나를 덮친다
바람이 운다
콧물이 얼어붙고 기침이 얼어붙는다
먼저 간 동지는 아직도 눈 위에서 떨고 있다
폭풍이 몰아친다
한 발짝이 백 미터만큼 멀다
너는 어디에 있고
나는 어디에 있느냐
올라온 길 팔천 미터
내려갈 길 팔만 미터
눈이 눈을 덮고 바람이 바람을 덮는다
크레바스 아래
산소가 부족하다
히말라야 눈밭에 두 개의 점이 찍힌다
그대로 얼어붙는다 백 년이 지나간다
누군가 히말라야 카첸중가에 간다
시신을 찾으러 오른다
동지가 죽었던 것처럼 내가 죽을 것처럼
그렇게 죽는다
히말라야는 시신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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