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시신 헌정 /김송포

songpo 2016. 8. 30. 18:02

시신 헌정

 

김송포

 

히말라야 칸첸중가 팔천 미터 고지를 간다

죽은 대원 찾으러 간다

폭설이 나를 덮친다

바람이 운다

콧물이 얼어붙고 기침이 얼어붙는다

먼저 간 동지는 아직도 눈 위에서 떨고 있다

폭풍이 몰아친다

한 발짝이 백 미터만큼 멀다

 

너는 어디에 있고

나는 어디에 있느냐

올라온 길 팔천 미터

내려갈 길 팔만 미터

눈이 눈을 덮고 바람이 바람을 덮는다

크레바스 아래

산소가 부족하다

 

히말라야 눈밭에 두 개의 점이 찍힌다

그대로 얼어붙는다 백 년이 지나간다

누군가 히말라야 카첸중가에 간다

시신을 찾으러 오른다

동지가 죽었던 것처럼 내가 죽을 것처럼

그렇게 죽는다

 

히말라야는 시신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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