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뒤깐 / 김송포

songpo 2016. 9. 6. 17:33

뒤깐 / 김송포

 

 

화엄사 뒷간으로 가서 오줌을 갈기네 매화도 갈기고 목련도 갈기고 사랑도 갈긴다만 살아있는 것은 본질뿐이라네 물 근처 철벅 철벅 지퍼 열고 시원하게 적멸 내뿜네 적멸이라니 기껏 절 뒷간에 앉아 풍경소리나 더듬고 있다니 화엄에 오르면 화엄인가 적멸보다 화엄보다 뒷간 옆에 피는 꽃망울이 상좌승일터

깐 뒤에 한 번 보자 봄 같지 않은 너, 꽃 같지 않은 나, 바로 옆 뒤깐이란 말이 무색하게끔 사리와 보궁 뒤로 그간 배설하지 못한 열망, 가랑이 사이로 내뿜네

여보시게 봄 되면 얼음물 녹는다 하더니만 그간 참아 온 화산은 어떻게 처리하였소 한바탕 자지러지게 피어날 산수유가 화냥으로 변하여 환장할 노릇이었을까 나무들이 내 오줌을 받아서 나무들에게 쏟더니 다시 사막으로 갠지스 강으로 뿜어 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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