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회룡포 풀등 / 김송포

songpo 2016. 9. 6. 17:41

 

회룡포의 풀등

김송포


어머니가 돌아올 거라고 풀등에 앉아 멍하니 본다

육지를 떠돌다 온 풀이 숨을 쉰다.

예를 다하여 절을 한다.

선비의 걸음처럼 느릿느릿 뒷짐 지고 모래 위로 유유히 떠오른다

수염을 쓰다듬고 기침하면서 바닥의 소리 흐느끼고,

차오르는 슬픔을 거두기엔 물은 따스하다

발바닥에 들러붙지 않는 모래가 떠밀려 운다.

세파에 휩쓸려 풀 오른 독이

곱사등이처럼 부풀어 있다

가서 쓰다듬을 수도 없다 살랑거리는 냄새 맡을 뿐,

고요히 숨죽여 우는 딸의 소리 들리는 지

뿅 다리 아래,

두루미가 위아래 번갈아가며 입질해 보지만

어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갇힌 사연의 전설은 듣지 않으련다

 

저 한의 봉분,

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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