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엿 / 김송포
엿이 가을을 물고 늘어졌다
좌판에 엿이 윤기를 내며 기다랗게 놓여있다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붕어 모양, 새 모양, 삼각형 띠기를 손으로 조금씩 떼어 먹던 시절이 왔다
달달한 맛이 그 자리를 쫒아 다니며 빨던 손가락이 왔다. 동전 몇 개 쥐고 주머니 찰랑거리던 가을볕의 기억을 먹었다
골목에서 가위 소리 크게 내어 엿을 팔던 구성진 목소리가 개구쟁이 불러냈다. 쇠붙이 들고 나가자 기다란 엿이 손에 쥐어졌다
입안에서 끈적이며 오래 씹을수록 끈끈한 엿이 굴러다녔다 같이 놀던 친구와 골목에서 땅따먹기 하던 엿가락이 평창 보리밥집에서 웃고 있다
저기요 엿 드실래요 엿 먹으라고 한 것 아니죠 엿 먹어라 손가락질하는 것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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