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곡절 /김송포

songpo 2016. 11. 18. 11:07

 

 

곡절

 

김송포

 


반달이 나무를 안고 슬픔에 차 있다. 굽어보니 내 얼굴이고 멀어져 가는 당신 얼굴이다. 내가 아닌 당신이 저수지에 비친다. 달의 뿌리가 반만 물에 담가져 있다. 백만 년 동안 나무의 등만 바라보듯 곡선처럼 휘어져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배를 내밀고 반만 돌아온다. 앞뒤를 다 보여줄 수 없어서 한쪽 그늘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물이 반만 차 있다. 그늘도 반만 기운다. 녹조를 띄우고 물에서 헤엄친다. 기울어 가는 달의 속이 뚫려 있다. 패인 나무속에 들어가 한쪽을 바라본다. 사라진 반달의 기억, 슬며시 멀어지다 건너온 당신, 물에 반만 비추고 돌아선 곡절이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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