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김송포
팬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구워보자고요
새우는 뜨거워서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뚜껑을 닫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멀리 뛰어봐도 붙들리는 꼬리입니다
던져지기 전에는 검은 속살이 싱싱했습니다
죽음 직전에 살아있는 나는 싱싱해서 연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늘은 그만 몸을 비틀어야 해요
끌려갔을 때 허리를 꼬고 목을 저어봐요
반듯하게 맞서고 있을거예요 그런데 다시 무너뜨렸습니다
절대로 물을 뿌린 적이 없습니다 하라는 대로 막았을 뿐입니다
죽지 않으려고 집을 잠시 나갔다가 물에 맞아 죽었습니다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비를 맞은 사람들이 오늘도 세차게 옷을 갈아입습니다
울어서는 안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야 합니다
가시가 극형에 처해 부서져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무덤의 자리 하나 남겨두어야 합니다
목 안에서 피가 웃어요
붉은 등이 벗겨진 속살은 달착지근해요
머리를 먹는 순간
바.사.삭
부서지는 눈물을 삼키고 목구멍을 채운 나는
다시 소금 위에서 새우를 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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