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숲의 외곽 / 오정국

songpo 2017. 4. 25. 15:48

 

숲의 외곽 /오정국

 

 

커브를 돌면 저절로 풀리는 핸들처럼

숲이 일렁거렸다 숲은 그렇게

나에게로 왔다 머뭇거리고 설레며

고개를 숙인 채

 

문득문득 나무들이 울타리를 이루었고

납골당 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이

숲의 외곽을 이루었다

 

숲은

저의 가슴에 무수한 무덤을 품고도

그 놀라움을 표하지 않았고

 

오줌버캐처럼 허연 밤꽃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몇 가닥의 밧줄이

터널 속으로 사라지듯

 

숲길은 끝없고, 끝없이 움직여서

저녁 빛이 환했다

 

 

잠자코 저의 발등을 내려다보는

나무들, 언어의 매혹에 붙들린

시인들 같았다 불탄 숲의

공터를 지키는

 

침묵의 흙덩어리들, 끝끝내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 거기까지 가서

이 몸 하나

통나무 불길로 타오르고 싶었는데

 

굴삭기의 삽날 자국이 번쩍 거렸다

천막처럼 내려앉는

숲의 외벽들, 가까스로

어둑한 숲길을 빠져나올 때,

 

숲은

멸종된 공룡처럼

강 건너 불빛을 굽어보고 있었디

공룡의 멸종을 지켜본

나무, 낙우송과() 삼나무속()도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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