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섬/ 오은

songpo 2017. 4. 24. 18:03

섬/ 오은

 

 

 

 

눈 감고 네 발 전체를 섬이라고 상상해 봐 이를테면 열도 같은 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 되지 섬은 바로 네가 품고 있는 거니까 양말을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가 봐 물을 콸콸 틀어 놓고 슬그머니 발을 밀어 넣는 거야 섬에 비가 내리니? 폭포가 쏟아지니? 차가워서 흠칫 놀란 모양이구나 네 발이 파닥파닥 튀고 있잖니 걱정마 네 섬에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거니까 푸른 등을 가진 물고기들, 지금부터 일제히 솟구친다 알겠지?

 

 

 

그 섬에 가고 싶니? 굳이 누굴 찾아갈 필요는 없어 섬은 바로 내가 품고 있는 거니까 이제 네 손을 다리라고 상상해 봐 가만히 다가가 발을 고옥 쥐는 거야 마른 손이 젖은 섬에 가는 길, 마른 네가 젖은 네게 가는 길, 열리고 있니? 내가 뭐랬니 푸른 이끼들이 힘줄을 타고 네 심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잖아 너는 이렇게 푸르러, 푸르러, 푸르르다구! 준비됐다면 눈을 떠도 좋아 자, 이제 건너갈 수 있지?

 

 

[ 시감상]

오은은 창조와 재창조 사이에서 '시의 경쾌한 근원' 을 즐기줄 아는 시인이리라

진지함도 언어의 유희적 가면을 통해 경쾌하게 미끄러지고 있기에...

ccr의 보컬처럼 파워풀 하고 거침없으며,

디오니소스적 어둠을 긍정적 쾌락으로 견인할 줄 아는 영민함이 또한 그렇다

우리 모두 내 속에 내재된 을 찾아 떠나자!

푸르러, 푸르러, 푸르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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