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동자 /김송포
인제시 하추군 숲속에 나비가 들었다
추자가 많아 추라고 하는 나무 그늘 밑에
주황색의 제비가 꼬리를 흔들며 앉아있다
동자스님은 오세암에 겨울양식을 구하러갔다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 죽었다
숲속에 다녀온 뒤 나의 다리에 붉은 반점들이 피었다
점들은 나의 손에 닥닥 긁혀져 돋아난 뿌리가 머리엔 핀 종기다
설마 동자의 슬픈 전설을 다독이는 걸까
밤새 가려워 긁다가 먹이를 구하기보다
약을 찾아 메운 후 꽃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너를 대신할 수 없고
네가 나를 대신할 수 없어
혹한의 사연만큼 슬프지 않지만
붉은 종기가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꽃이라 여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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