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질 무렵, 독설
너도나도 동백이라 부르고 흠모했어
그녀는
툭,
하루아침에 떨어진 나락처럼
다리가 불편해 힘들어하는구나
그녀는 신입생 시절에 검은 투피스와 하이힐을 신고
총학생회장 하며 눈부신 활약을 하던 선망의 대상이었지
연락이 끊어진 뒤 꿈속에 자주 보였어
사십여 년 지나 근황을 알았지
딸 둘을 시집보내고
혹,
되돌아오지 않을까
사위에게 무릎 꿇으라면 그렇게 하겠다던
너의 말은 다리를 절단하는 일보다 더 간절한 파문
눈물은 바닥에 흐드러진 꽃잎
주변 모두에게
져야만 고개 숙여야만 평화가 올 것이라고 독설을 했지
찬란했다는 것은 한때
거짓처럼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동백의 일생이 여기 있어
카멜리아힐 낙원처럼 붉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울 사이도 없이
확,
동백이 핀 길을 걸으며 다시 돌아올 그녀
서로 믿어보는 중
언제 이렇게 하얗게 얼굴을 무장하며 걸은 적 있었나
온 산을 검게 태워도 두렵지 않았어
범죄자가 얼굴을 가리려 묻어두었던 비밀은
단단한 침묵,
너와 나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도구가 하얗게 벽을 친다
세상의 균들이 몸에 들러붙을까
냄새를 봉하고 혀를 봉하고 목젖을 봉하고 전투 자세로 나간다
우리가 만든 광적인 먼지들,
흙을 먹어도 동요하지 않던 아이들의 꿈은 어데 가고 상대를 볼 수 없는 꾀 많은 사람이 되어가나
무장한 푸른 얼굴이 하얀 복면을 쓰고 어느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나
마스크 없는 추억의 공중에 태어나
죽을 각오로 서로 얼굴을 믿어볼래
-2020. <우리시 4월호 >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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