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발이 새가 될 수 있어요 / 김송포

songpo 2020. 7. 12. 10:17

발이 새가 될 수 있어요

 

김송포

 

 

맨발을 드러내는 일이란 참 부끄러운 일. 맨발을 드러내는 일은 너와 내가 가깝다는 것, 맨발을 땅에 딛고 걸어가는 것은 태초로 간다는 것

 

너의 발이 이쁘구나, 어쩌지! 나의 발이 제일 검구나

 

뒤로 가서 숨었던 날 있어요

내세울 것 없는 솜씨에 헛발질했어

못난 것들을 나무라는 습관이 생겼지

걸을 때 두세 마디 힐난하는 버릇이 있으나 반박하지 않는 것을 발은 눈치채더군

 

너의 발을 씻겨 줄 날이 올까

걷지 못할 때 힘을 쓰지 못할 때 아플 거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인 줄 알아

발을 씻겨 줄 때 미안할 거야

 

미안하면 다소곳하게 발을 모아요.

사진을 찍어요

동그랗게 오므려요

발가락 사이사이 새가 보여요

 

황톳길 걸으며 발바닥을 새겨요

땅과 허공이 가까워지도록 날아요

너와 내가 맨발로 돌아오는 데 한참 걸리더군

 

발을 내밀어요

구름속이에요

 

 

 

 

플래카드

 

 

 

플래카드 액션에 동의한 적 있어

여행에 워크숍이라는 캐치 플레이를 걸까 말까

 

여행에 거창한 플랜을 걸고 입을 벌리며 달려가지

 

배려의 깃발을 올리며 닷새를 거닐던 공간을 재현하기로 해

깃발의 묘미는 너의 산맥이란 걸 알게 될 거야

 

신성리 갈대밭에서 계획을 해요

문헌 서원 무덤 밑에 플래카드를 깔아요

바비큐장 난간에 천을 걸고 고기를 구워요

 

당당히 바람을 펼치고 사람을 찍어요

 

누가 뭐라든 결속이라고 외쳐요

바닷가에서 모래알 씹히는 순간에도 카드를 밝혀야 해요

 

백여 명의 사람이 움직이듯

작은 거인들의 애국을 약속해요

깃발이 펄럭이는 조국을 상상하면서

 

--2020. <시와소금> 가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