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단상 /박지현
숨어야만 길이 되었다
굽이쳐야 숨이 되었다
어지간한 상처는
휘갈긴 낙서로 남았다
폭설을 껴안은 날이 발치께 쿨럭였다
낮은 등촉 알전구는
새벽녁에도 꺼지지 않았다
복사꽃 환한 봄날
구둣발에 흩날려서야
여나문 살아갈 이유 발그레 익어갔다
해질녘 퇴근길을
오종종 걷는 가장들
깊숙한 가슴 안쪽
골목이 끔툴거렸다
굽이친 숨결 마디가 흐르다말다 했다
반달 숟가락 / 박지현
가슴에 남은 칼 하나
햇살 아래 짙푸르다
일평생
앙다문 낭끝
온전히 받아내렸던
어머니
꽃등 켠 가슴
앙큼앙큼 저물어간다
박지현 시조집 <골목 단상> 202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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