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시

손수건이 노을로 저물 때

songpo 2013. 4. 28. 22:02

손수건이 노을로 저물 때 

                                                    김송포


몸에 묻어 있는 오물을 닦아 주는 그림자였습니다
.
한번도 꽃피지 못한 소녀의 사연을 훔쳐 읽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날엔 시원한 그늘이었습니다
 
그녀의 목덜미에 박혀 있는 점을 가려주기도 하고
눈물에 밥 말아 먹는 소년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김칫국물 튀겨도 웃어넘겼지요
 
아들을 리비아에 보내고
캄캄한 방에서 눈물 훔치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자식의 눈물 닦아주며 허물을 가려주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을 온 몸으로 막으며
그리움을 대신 했습니다

사기조각에 찔린 발바닥의 핏물 닦아 주고
주름 진 얼굴 펴 드리려고 하는 데
이제
정녕 어디로 떠나가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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