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전생 /박시하

songpo 2019. 6. 22. 11:45



전생

 

  박시하

 

 

 

한 마리 버려진 개로서

교회당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 적이 있다

빗줄기 사이에서

무언가 희게 펄럭인 걸 기억한다

발은 꺾였고 눈은 멀었는데

 

어찌 볼 수 있었을까

 

사실 나는

교회당 그늘에서 숨죽인

타락한 천사였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를 것을

너무도 사랑하여 벌을 받았다

 

지상의 것

 

더럽고 추악했을 텐데

어찌 사랑했을까

 

개의 멀어버린 눈 속에

깃들어 푸르른 죄악

 

사랑했으니

인간으로 태어남이 마땅했을 것이다

 

 

              ⸻월간 시인동네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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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하 / 1972년 서울 출생. 2008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눈사람의 사회』『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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