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오래된 철자법은 까마득한 성운에 사는 새를 검색하지 못한다
지난여름
닦으면 더욱 뚜렷해지는 빗속에서 수많은 당신이 지워져 나가고 당신과 나의 계절은 주인을 섬기지 못했다 지붕 없는 집 아래 뼈만 남은
바다를 쓸어 덮는 불법체류자
슬픔의 탕을 끓여 제를 올리던 당신은 혹시 나 아닌 나, 제목만 붙은 플래카드였을지 모른다
찾고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
없다고 정말로 믿으면 손금이 손등을 뚫고 자라 나왔다 꿈과 손금의 방향이 달라 두 집 살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였다
그만둔 고백처럼 나는 뒤를 바라본다 한때 관계는 숲처럼 반복되고 재발하였으나 웃음과 울음은 거기서 거기라고 당신은 옆을 지웠고
두꺼운 발 냄새와 일방적인 등등의 식사
내가 아닌 꽃 꽃이 아닌 올리브는 당신이 키우고 석류의 신맛은 내가 거두었다
유사어로 검색하시겠습니까
참과 거짓이 힘을 다해 어긋날 때마다 주위를 끝없이 배회하는 감기처럼 빵을 벌고 빵을 자를 칼을 사던 한쪽 어깨만으로
별, 천 년을 피곤한 등불이라니
오늘 이후 모든 창을 열지 않음
오늘 이후 마음을 열지 않음
이은심 1995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200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얏나무 아버지』, 『바닥의 권력』이 있다.
'시 너머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밥을 먹으며 / 정한용 (0) | 2019.10.14 |
---|---|
떡갈나무 마녀와 꿈사냥꾼/김영찬 (0) | 2019.10.10 |
나무와 양의 결혼식 /송찬호 (0) | 2019.10.05 |
자화상 /윤동주 (0) | 2019.10.05 |
김소연의 「과수원」 감상 / 손택수 (0) | 2019.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