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실

기절하다

songpo 2014. 1. 14. 19:48

기절하다

                                               
 
운동을 하고 난 뒤 몸이 가렵기 시작했어
밑과 가슴부위와 겨드랑이가 꽃 피듯 온 몸에 발진이 돋았어 
순간 하늘이 돌면서 바닥으로 주저앉고 말았어 
일어나야 해, 집이 백 미터 남았어,
일 층에 키를 댄 순간 의식을 잃었어
얼굴에 친 기운이 스며들었어 시멘트바닥이었어
엘리베이터로 이동했어 9층을 누른 뒤 의식을 잃었어

119구급대가 왔어 사이렌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어
응급실에서 십 년 전의 콩나물까지 토해냈어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고 공처럼 굴리며 사진 찍었어
어라, 웃어 별것 아니구먼 잠시 기절 했구먼
며칠 입원하십시오 그동안 무리하셨습니다. 몸 생각을 안했나봐요
여름이 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요
 
자중하라구
껍데기 벗어내고 푸른 잎사귀 돋아날 때까지
기다리라구
애벌레가 번데기 되고 나방 될 때까지 
 
추위의 기억은 잊으면 됩니다. 두꺼운 옷으로 허물은 가리면 됩니다
안쪽 온도와 바깥쪽 온도는 빨간 소독약으로 바르면 낫습니다

착각하고 혼수상태고 일어나고 쓰러지고
숨과 숨이 눈 앞에서 반복하고 번복하고 토하고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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