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에 고래가 있다 /김송포
죽도 시장에 고래 보러 간다
바다가 아닌 시장으로 거래 구경 하러 간다
물고기 중의 제왕 자리 내려놓고
시장 안쪽에 껍질이 벗겨진 채 한가로이 누워 있다
한 때는 허리의 유연함으로 광대였고
공중전으로 파도를 삼키는가 하면
광활한 바다의 영웅이 되었었다
하얀 물줄기로 포효하는 소리
숨을 할딱이게 하던 위용이 길을 잃었다
바다를 가로지른 젊음이
고개 숙이고 등을 굽혀 얌전하다
이빨 보기 위해
타지에서 몰려 온 사람들,
고래의 혀는 말이 없다
비싼 금테 두르며
햇볕 쬐고 전신을 더러 내놓은
고래 먹으러
포항 죽도 시장으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