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실

세월호에서 온 문자

songpo 2014. 5. 15. 14:58

세월호에서 온 문자

                                        김송포

진도 맹목골 바다 가운데서 인공위성이 가라앉는다

"물이 고여 엄마 말 못할까 봐 미리 말하는데 사랑해"
"물이 거세게 들어 오고 있어 배가 기울어 배가 기울어"
"연극부 다들 사랑해. 우리 죽을 거 같아. 잘못한 것 있으면 용서해줘"
“친구들과 뭉쳐 있으니 걱정하지 마” 아버지
“가능하면 밖으로 나와라” “지금 복도에 애들이 다 있고 배가 너무 기울어 나갈 수 없어"
"방안 기울기가 45도야. 데이터도 잘 안 터져. 근데 지금 막 해경 왔대"
"구조대가 금방 오니까 우왕좌왕 당황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 데이터 터지면 형한테 다시 연락해"

나가지 말라고 했어.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선상에서 안내한 방송을 따라 꼼짝하지 않고 있어
손잡고 지시대로 따르라고 했어 물이 반쯤 목을 조여 오고 있어 수심이 깊어도 가만히 있으면 구해준다고 했어

어릴 때부터 받아 온 학습이었어 왼손을 들라면 들고 오른손을 들라면 들었어. 발을 감추라고 하면 양말을 신었어 말하면 죽는다고 해서 말하지 않았어 죽으라면 죽는시늉을 했어. 칼에 물이 들어와도 움직이지 않았어. 이제 수면 아래로 사라질 것 같아 물고기 밥이 될 것 같아 진실이 진실이 아니란 걸 바다가 말해줄까, 다음에 만나 엄마야 친구야 세월아 진실은 거짓이란 걸 보여줄게, 거짓말은 죽음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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