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 김송포 새우 김송포 팬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구워보자고요 새우는 뜨거워서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뚜껑을 닫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멀리 뛰어봐도 붙들리는 꼬리입니다 던져지기 전에는 검은 속살이 싱싱했습니다 죽음 직전에 살아있는 나는 싱싱해서 연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 김송포의 시 2017.01.18
미美권력 / 김송포 미美권력 오늘은 아름다움이 권력을 쥔 날이다 오른 손은 나의 정부다. 정부에게 최고의 상을 부여받은 날이다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과일을 깎아 놓고 권력 있는 오른손이 아름다움을 행하고 있다 정부는 주위에서 술 마시는 여자를 모두 자기 애인이라고 칭하고 차례로 정해서 같이 자자고 했다가 손가락질을 맞았다 인기로 얻은 밥과 술로 이제 막 올라가는 b의 목줄에 끌려 내려오고 있다 더 오를 수 있는 시가 없어 가볍다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개털은 아름답지만 미가 권력으로 작용하면 나무다리마냥 부서질 것이다 무엇을 잡아야 연이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자 아부와 척의 혀가 정부에서 나온다고 관계를 맺으라고 한다 나의 정부는 권력을 쥐어보지 않아서 권력이란 시를 쓸 수 없다 권력이 아닌 미라도 쓸 수 있을까 .. 김송포의 시 2017.01.18
곡절 /김송포 곡절 김송포 반달이 나무를 안고 슬픔에 차 있다. 굽어보니 내 얼굴이고 멀어져 가는 당신 얼굴이다. 내가 아닌 당신이 저수지에 비친다. 달의 뿌리가 반만 물에 담가져 있다. 백만 년 동안 나무의 등만 바라보듯 곡선처럼 휘어져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배를 내밀.. 김송포의 시 2016.11.18
경기신문 발표 경기신문 모바일 사이트, [아침시산책]개심사 - http://m.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4994 개심사 /김송포 해우소에 앉아 죄를 떨어뜨리고 나면 뒤가 깨끗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산문 밖을 나서서도 냄새의 혐의는 지울 수가 없었다 - 시집 ‘부탁해요 곡절씨 봄꽃의 백미는 역시 개심사 .. 김송포의 시 2016.11.15
경기신문 2016.11.1일 아침시산책 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4045 개기월식 김송포 조금씩 조금씩 당신의 심장을 갉아먹다가 나는 철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지독한 사랑이라 했다 - 김송포의 시집 ‘부탁해요 곡절 씨’ 심장을 갉아먹힌다는 것은 심장을 지닌 존재의 영적이며 육적인 모든 구성인자들을 제공.. 김송포의 시 2016.11.02
앗싸 가오리 / 김송포 앗싸 가오리 김송포 유리창과 유리창 너머를 돈다 일 층부터 칠 층까지 수족관을 헤집으며 그를 찾는다 하얀 뱃가죽은 절벽처럼 아슬한 공중을 넘어간다 앗싸 가오리 외치며 웃어넘기던 와인 잔의 땡그랑 소리, 가슴으로 오래 남을 여행자처럼 그의 행보는 예측 불가다 그동안 머문 기억.. 김송포의 시 2016.11.02
곡절과 골절 사이 / 김송포 곡절과 골절 사이 김송포 받침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너와 나의 간격은 멀기만 하다 어제 주문하던 당신의 이름은 바이올린처럼 맑은 선율이었는데 잊기 위해 녹색 테이블에 오른손을 부서지게 만든 찰나의 손짓은 강렬했다 무섭게 돌진하던 음률이 돌연 골절로 팔을 부러뜨리고 떠나갔.. 김송포의 시 2016.11.02
오른손의 여름 /김송포 오른손의 여름 김송포 오른손의 여름은 부서졌다 당신을 평생 녹슬게 했다 당신이 나의 오른손이라는 것을 잊었다 손톱과 발톱, 숟가락부터 글씨, 운동, 샤워까지 대신해 준 지극, 허리를 굽혀 먼 곳의 꽃을 따서 바친 당신이지만 왼손은 거울 앞에서 화장하고 입술 그리고 아양을 떠는 .. 김송포의 시 2016.10.18
생각 生角을 만지다 / 김송포 생각 生角을 만지다 김송포 사슴과 사슴이 밤을 만진다 사슴을 잃어버린 사심이 생각을 나누는 사슴의 다리를 만져본다 사슴은 공원에 떨어진 별똥별을 받기엔 찬란한 뿔을 지녔지만 사심의 입이 다가올 때마다 사슴은 입을 오므린다 사슴에게 상대니 중대니 하대니 구분하여 나누는 것.. 김송포의 시 2016.10.18
가을 엿 / 김송포 가을 엿 / 김송포 엿이 가을을 물고 늘어졌다 좌판에 엿이 윤기를 내며 기다랗게 놓여있다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붕어 모양, 새 모양, 삼각형 띠기를 손으로 조금씩 떼어 먹던 시절이 왔다 달달한 맛이 그 자리를 쫒아 다니며 빨던 손가락이 왔다. 동전 몇 개 쥐고 주머니 .. 김송포의 시 20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