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플라스틱, 가벼워서 영원할 것이라던」 감상 / 이성혁 김송포의 「플라스틱, 가벼워서 영원할 것이라던」 감상 / 이성혁 플라스틱, 가벼워서 영원할 것이라던 김송포 플라스틱 드레스를 입고 계단으로 내려가 보자 드레스 끝자락에 딸랑이를 매달고 24시간의 커튼을 열고 우주로 들어가 보자 30분짜리 결혼식을 찍듯 가벼웠지만, 기억이 숨겨.. 시 너머 시 2020.03.03
강현국의 「金煥基」 감상 / 장석남 강현국의 「金煥基」 감상 / 장석남 金煥基 강현국(1949~ ) 점. 점이 있다. 점점 흐느끼는 점점 점이 있다. 점점점 출렁이는 점점점 점이 있다.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점점 비 오는 점점 창 밖에 점점점 노랗게 속삭이는 점점점 점이 있다. 내 그리운 구병산이여 점점 이륙하는 점점점.. 시 너머 시 2019.12.10
病에게 /조지훈 조지훈의 「병에게」 감상 / 나민애 病에게 조지훈(1920~1968)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 시 너머 시 2019.12.06
손톱꽃/강은교 손톱꽃 강은교 고모가 잡풀을 뽑네 곁에서 나도 잡풀을 뽑네 잡풀을 뽑다가 원추리 떡잎도 같이 뽑네 고모도 1센티쯤 자란 채송화를 뽑았다고 한숨을 쉬네 뽑힌 그것들을 다시 묻어주고 함께 기도하네 살려주십사, 살아주십사, 살려주십사, 살아주십사 한 기도는 내 기도이고 또 한 기도.. 시 너머 시 2019.10.27
얼음렌즈 /차주일 얼음렌즈 (外) 차주일 나는 꿈을 꾸고 해몽까지 하는 사람이지만 꿈은 내 능동이 아니지. 여러 등장인물로 한 편 이루어진 꿈은 피동. 원하든 그렇지 않든 구성되는 내 삶은 타자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간 막간일 뿐. 능동과 피동이 동거하면 통념을 넘어서는 통설이 태어나지. 나 역시 미.. 시 너머 시 2019.10.27
파일명 서정시 / 나희덕 파일명 서정시* - 나희덕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서정시마저 불온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 파일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 한줌 손톱 몇조각 한쪽 귀퉁이가 해진 손수건 체크무늬 재킷 한벌 낡은 가죽 가방과 몇권의 책 스푼과 포크 .. 시 너머 시 2019.10.20
네트 /고영민 네트 고영민 탱자나무 생울타리에 노란 탁구공들이 박혀 있다 누가 있는 힘껏 스매싱을 날렸는지 네트 한가운데 공은 깊숙이도 박혀 있다 가시에 찔리며 겨루었던 너와의 길고도 힘겨웠던 맞-드라이브 5월의 탱자꽃 시절 아무리 조심해도 너에게 손을 넣을 땐 매번 손등을 긁혔다 ........... 시 너머 시 2019.10.16
초밥을 먹으며 / 정한용 초밥을 먹으며 정한용 소식 없이 한 계절 보낸 뒤 아들을 만나 초밥을 먹는다. 생선살로 싼 밥을 고추냉이와 간장에 찍어 먹는다. 매콤한 공기가 콧속을 흔들자 오래 묵은 눈물이 스며 나온다. 내가 갔던 독일은 너무 멀고 내가 머물다 떠난 너의 마음도 너무 멀고 내가 애써 지우려 한 사.. 시 너머 시 2019.10.14
떡갈나무 마녀와 꿈사냥꾼/김영찬 떡갈나무 마녀와 꿈사냥꾼 김영찬 푸른 말을 탄 나의 외조부는 어린 나를 떡갈나무 마녀에게 맡겼다 말마라 아무 말 마시고 이 아이에게 마음껏 저주를 퍼부으시라! 말마라 아무 말 마시라 그러나 단지 열 살이 될 때까지만. 떡 한 시루 뇌물 받은 마녀는 그 후 손바닥 푸른 나를 맡은 뒤 .. 시 너머 시 2019.10.10
블라인드 /이은심 블라인드 오래된 철자법은 까마득한 성운에 사는 새를 검색하지 못한다 지난여름 닦으면 더욱 뚜렷해지는 빗속에서 수많은 당신이 지워져 나가고 당신과 나의 계절은 주인을 섬기지 못했다 지붕 없는 집 아래 뼈만 남은 바다를 쓸어 덮는 불법체류자 슬픔의 탕을 끓여 제를 올리던 당신.. 시 너머 시 2019.10.05